알아서는 안 되는 일제시대의 진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일제강점기의 실상

[16]-2 절대 가난의 역사적 업보

[16] 1950년대의 재평가  [16]-2 절대 가난의 역사적 업보
50년대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이토록 암울한 것은 60년대 이후와의 도드라진 대비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60년대 이후의 고도 경제성장이 거둔 화려한 실적에 비하자면 50년대의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조국근대화’의 구호가 거창하게 내걸린 가운데 사람들이 활기차게 움직였던 60년대에 비하자면 50년대는 무기력하게 내버려진 시대와도 같았습니다.

50년대가 암울하게 기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정치와 사회의 부정부패 때문일 겁니다.

늙은 이승만 정부는 부정선거를 획책하다가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아 쫓겨났습니다.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하였는지, 당시를 증언하는 기록을 읽으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1년 정원 한 겨울의 일입니다. 제2국민병으로 편성된 국민방위군의 병사 9만 명이 굶어 죽고 얼어 죽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사령관 이하 고급장교들이 군수물자를 횡령했기 때문입니다.

어디 군대에서만 그러했습니까. 한 나라의 경제순환이 온통 부정부패였다고 말해도 좋을 지경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온 원조자금의 일부는 정부에서 기업으로, 기업에서 자유당으로 흐르는 특혜와 정치자금이었습니다. 기업은 그런 부정한 먹이사슬 속에서만 기업으로 클 수 있었습니다.

그에 관해서는 《재인식》에 실린 우정은 교수의 <비합리성 이면의 합리성을 찾아서ㅡ이승만시대 수입대체산업화의 정치경제학>이란 논문이 좋은 참고거리인데, 이 논문에 관해선 다음 장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시대의 부정부패에 관해 역사가로서 저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그것은 절대 가난으로 빚어진 우리의 문화이기도 했습니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모두가 시대의 공범인, 그러한 역사의 업보였습니다.

자세하게 예를 들 겨를이 없습니다만, 19세기까지 조선왕조의 시대가 그러하였습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는 양반관료들이 백성을 밭으로 갈아 먹는다고 했습니다. 권세를 이용해서 백성의 재산을 갈취한다는 뜻이지요. 제5장에서 썼습니다만, 조선의 양반관료들은 ‘면허 받은 흡혈귀’였습니다.

일정 때는 관기가 엄격하여 이런 일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만, 해방 후에는 버릇처럼 되살아났습니다. 1939년부터 논산군에서 공직생활을 출발한 어느 분의 회고에 의하면 일정때는 상급자가 바뀌면 사무실 책상에다 사이다와 과자를 벌여 놓고 환영회나 송별회를 가졌는데, 해방후가 되니 장소가 기생집으로 바뀌더랍니다. 기생집에 갈 돈이 어디서 나옵니까.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겪어온 삶의 주변이 온통 그러하였습니다.

저는 자랑스럽게도 1970년대 초반에 육군의 병졸로서 휴전선 근방에서 근무했습니다. 쇠고기나 닭고기 등, 육류는 그야말로 구경하기 힘들었고 그것들이 헤엄쳐 간 국물만 마셨습니다. 장교들만 해먹은 것이 아니지요. 하사관 심지어 내무반의 고참 사병까지 취사병에 강요하여 졸병들이 먹을 고기를 빼돌렸습니다. 그렇게 위에서부터 조금씩 빼돌리니 말단 졸병들이 고기 한 점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었겠습니까.

어느 날 사단 사령부에 들렀다가 연대 본부로 돌아오는데 같은 방향의 트럭이 지나가기에 올라탔습니다. 연대로 쌀을 싣고 오는 수송트럭이었습니다. 어느 고개에 이르자 타고 있던 군수계의 병장이 쌀가마니 하나를 발로 차 밖으로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민간인 몇 명이 튀어 나와 집안으로 날랐습니다. 다른 사람이 옆에서 뻔히 보고 있는데도 일개 병졸이 태연히 그런 짓을 하였습니다. 너무나 오래 된, 아마도 창군 이래로 물려받은 버릇이었을 겁니다.

개인적인 경험담으로 치우쳐 미안합니다. 우리의 역사에서 부정부패란 것은 50년대만의 일도 아니고, 위정자의 책임만도 아니고, 일종의 문화로서 오로지 경제성장만으로 치유될 수 있는 역사의 업보였음을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관점을 바꾸어 놓고 보면, 50년대는 부정부패가 심각한 시대이긴 했습니다만, 부패하지 않은 구석도 있었고, 그러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성취가 있었던 시대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50년대라 하지만 실은 1953년의 휴전 이후를 따지면 6년의 짧은 세월에 불과하지요. 그렇게 짧았습니다만 그 시대를 전제하기 않고서는 60년대 이후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적지 않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그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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