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는 안 되는 일제시대의 진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일제강점기의 실상

[16]-1 1950년대의 암울

[16] 1950년대의 재평가  [16]-1 1950년대의 암울


1950년대의 해방촌

1950년대의 해방촌.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무 잎은 떨어지고
나무 잎은 흙이 되고 나무 잎은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1956년에 나온 박인환 시인의 <세월이 가면>입니다.
좀 나이 든 한국인이라면 대개 젊은 날의 애틋한 사랑의 추억과 함께 이 시를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시인은 50년대의 허무와 죽음을 사라진 옛사랑의 추억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명동 어느 허름한 술집에서 즉흥으로 지은 이 시를 동석한 시인의 친구가 음악으로 옮겼습니다.
그 뒤로 사랑하는 사람을 전쟁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로 번져 나갔습니다.

50년대의 황폐와 방황을 그린 대표적인 소설로서는 흔히들 이범선의 《오발탄》을 꼽습니다.
계리사 사무실 서기인 송철호 가족은 월남민입니다. 서울 남산 밑 해방촌의 판잣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돌아온 철호에게 전쟁 통에 정신이 이상해진 어머니는 자꾸만 “가자 가자”하면서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채근합니다.
동생 영호는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다고 입대했다가 상이군인으로 돌아와 결국 권총강도를 저지릅니다.
여동생 명숙은 양공주가 되어 밤마다 늦게 돌아옵니다만, 몸을 판 돈으로 올케의 병원비를 내놓습니다.
아내는 아름다운 미모의 음악도 출신이지만 가난한 살림에 찌들려 고생만 하다가 병원에서 출산 도중에 사망합니다. 철호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습니다.
극도의 혼란에 빠진 철호는 택시를 탑니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 몰라 해방촌으로, 경찰서로, 병원으로 헛소리만 합니다. 전쟁이 할퀴고 간 50년대의 참담한 현실에서 삶의 지표를 잃은 인간들의 몸부림을 《오발탄》은 그렇게 애달프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50년대는 참으로 암울한 시대였습니다.
제 기억에 남아 있는 50년대도 그러했습니다. 조그만 시골 군청 소재지에 있는 것이라곤 장터, 정육점, 신발가게, 약국, 일본인이 남기고 간 높은 굴뚝의 정미소, 아이스케키 공장, 제재소뿐이었습니다.
가끔 어디선가 목재를 가득 실은 트럭이 제재소에 들어오는 날이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낫을 들고 나무껍질을 벗기러 모여 들곤 했습니다. 그것으로 죽을 끓여 먹는다지요. 4~5월 보릿고개에는 이웃집 아저씨의 얼굴이 황달에 걸린 것처럼 누렇게 변했습니다.
가끔 쥐약을 먹고 자살한 사람의 벌거벗은 시체가 리어카에 실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그 길을 따라 하루에 몇 차례 완행버스가 지나가면서 흙먼지를 뿌려 온 동네가 회색빛이었습니다.
사방의 산들도 참담하게 헐벗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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