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는 안 되는 일제시대의 진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일제강점기의 실상

[15]-5 끝나지 않은 ‘나라세우기’

[15] 한국전쟁과 스탈린 X파일  [15]-5 끝나지 않은 ‘나라세우기’
끝으로 최근에 다시 불거진 강정구 교수의 내전론에 대해 코멘트하겠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강정구는 한국전쟁이 혁명적인 민중세력과 외세의존 반혁명세력 사이에 벌어진 내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한을 외세의 식민지적 지배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민족통일 전쟁이기도 했습니다.

커밍스의 수정설과 《인식》의 역사관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강정구의 주장에 대해 추가적인 해설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습니다. 한국전쟁이 내전인 것은 기능적으로 보아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러번 강조했습니다만 ‘나라세우기’의 정치는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정치세력이 헤게모니를 다투는 사실상의 내전이자 많은 경우 실제적 내전을 동반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남한의 자유민주주의나 북한의 프롤레타리아트독재나, 이승만의 북진통일론이나 김일성의 국토완정론이나 엄밀히 말해 정치적 기능에서 대등합니다. 동시대인들에게 그것은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사회주의를 신념으로 삼았던 많은 지식인이 북으로 올라간 반면, 그 밑에서는 살 수 없었던 대략 100만의 북한 주민이 전쟁 전에 이미 남으로 내려 왔던 것 자체가 대립적 선택으로서 곧 내전이었지요.

문제는 강정구가 제기한 내전설은 이러한 ‘나라세우기’ 정치가 내포하고 있는 기능적으로 대등한 의미의 내전이 아닙니다. 그는 숨기지 않고 김일성의 북한이 일찍이 주장했던 혁명기지론을 지지함으로써 기능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으로 내전의 일방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그의 입장은 당초 내전으로 일어났던 한국전쟁이 미국의 부당한 개입으로 참혹한 국제전으로 비화되었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그 점에 커밍스의 수정설을 넘는 강정구 독자의 한국전쟁 이해가 있습니다.

결국 그는 커밍스 이상으로 전쟁을 기획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또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몇 차례 이야기하였습니다만, 저는 강정구와는 달리 민족 중심이 아니라 개인 중심으로 역사의 발전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식민지기 이래의 지주-소작관계는 화해 불가능한 계급대립의 관계도 아니었을 뿐더러 해방 후 미국체제에 포섭된 남한을 두고 식민지적 상태라 하는 것도 맞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강 교수와 저는 얼굴색이 같고 언어가 같아 같은 민족임이 사실이지만 역사를 감각하는 지성에서는 전혀 별개의 인간이지요.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얼마든지 용납할 수 있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생각이 ‘나라세우기’의 정치와 관련하여 서로 적대하는 입장이라면, 그곳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의 경계선입니다.

‘나라세우기’의 정치는 1948년 8월 15일 그 날에 있었던 정부 수립의 공포로 종료된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전통과 명분의 축적 과정입니다.

그러한 건국사에서 적잖은 잘못이 있었음은 사실입니다. 학살 등, 진상을 규명해야 할 반인륜 범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국사에 대한 비판이 사회의 정치적 통합으로서 국가를 보다 높은 문명으로 발전시키려는 선의를 넘어 건국사 자체를 부정하는 정치적 도전으로 나타날 때는, 그리고 그것이 한두 개인의 학문적 소신을 넘어 잘 조직된 정치세력의 힘으로 과시될 요량이라면, 그러한 비판의 자유가 끝까지 보호되어야 할 헌법적 가치인지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니다.

강정구의 주장에 실정법상의 문제가 있다고 하여 검찰이 그를 구속코자 하였을 때 법무부 장관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발동하며 막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대한민국이 잠시 없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건국사의 기본 줄기가 크게 흔들렸지요. 나라의 정치 지도자는 나라의 기본 정체성과 관련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강처럼 피를 흘린 그 전쟁에 관한 공식 기억을 함부로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전쟁은 한국인들이 사회주의 국제세력의 공세로부터 그들의 자유와 인권을 지켜낸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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