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는 안 되는 일제시대의 진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일제강점기의 실상

[12]-2 자유민주주의 국가

[12] 건국의 문명사적 의의  [12]-2 자유민주주의 국가
그럼 지금부터 대한민국의 건국에 담긴 커다란 역사적 의의에 관해 생각해 보도록 합니다.

첫째,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기초로 해서 세워진 나라입니다. 한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조선왕조 시대에는 일반 백성의 정치적 권리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조선왕조의 헌법이라 할 만한 것으로 15세기의 《경국대전》(經國大典)이란 법전이 있는 줄 잘 아실 겁니다. 거기에 보면 일반 백성의 법적 지위는 ‘전부’(佃夫)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조금 생소한 말이겠습니다만, ‘전부’의 전(佃)은 남의 땅을 빌려서 경작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전부’는 남의 땅을 빌려 경작하는 농부라는 뜻이 되지요. 요사이 말로 하면 소작농이 됩니다. 백성이 왜 소작농입니까. 다름 아니라 나라의 모든 땅이 임금님의 소유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조선왕조의 백성은 임금님의 은덕으로 임금님의 땅을 경작하는 소작농과 같은 처지였습니다. 그런 백성에게 무슨 정치적 권리가 인정됐겠습니까.

1899년 고종황제가 반포한 대한제국의 국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2조에서 “대한제국의 정치는 만세불변의 전제정치이다”고 선포한 다음, 제3조에서 “대황제께서는 무한한 군권(君權)을 향유하시니”라고 하였습니다. 황제의 절대적 권리 앞에서 일반 백성의 권리는 미약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에 대해 고종황제는 “민(民)은 피치자로서 정치·결사는 물론 정치적 발언도 할 수 없다”고 명확히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대한제국은 전국의 토지를 조사하고 있었는데, 토지대장에서 일반 소유자를 가리켜 ‘시주’(時主)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자세히 그 뜻을 증명한 적이 있습니다만, 임시적인 주인이란 뜻입니다. ‘시주’의 반대말은 ‘본주’(本主)인데요, 전국 토지의 ‘본주’는 황제 자신이라는 뜻이 그 ‘시주’ 규정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대한제국은 황제의 무한 군권을 선포하면서 토지제도와 관련해서는 이 같이 백성의 권리를 제약하는 ‘시주’라는 규정을 만들어 냈지요.

뒤이은 일제하의 식민지기는 어떠했습니까. 앞서 제5장에서 이 시기에 근대적인 법과 제도가 이식되었다고 했습니다만, 정치의 영역과는 무관한 일이었습니다. 일제가 파견한 총독은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행사한 사람이었습니다. 삼권을 통합한 전제군주나 다를 바 없는 존재이지요. 조선인들은 세금을 내면서도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없었습니다. 앞서도 지적하였습니다만, 가족주의 원리의 천황제 국가인 일본 자체가 아직 자유민주주의를 잘 몰랐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이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게 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천황제 국가가 해체된 이후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1948년 대한민국의 제헌헌법이 국민주권의 민주주의를 선포하였을 때, 그것은 한국의 역사만으로는 잘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한 정치원리는 1876년 개항과 더불어 바깥 세계에서 슬슬 들어온 것입니다.

국민주권의 정치원리를 최초로 제도화한 나라는 어딥니까. 다 잘 알다시피 1776년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이지요.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는 프랑스를 포함한 서유럽 여러 나라로 건너가 점차 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의 제헌헌법이 국민주권의 민주주의를 선포한 것은 그렇게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문명의 파도가 이윽고 극동의 한반도에까지 상륙했음을 의미합니다. 그 구체적인 국제정치적 역학과 관련하여 미국의 역할이 어떠했는지는 지적하기도 싱거울 정도입니다.

1954년 7월 3일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이야기합니다.

미국도 원래 식민지 탄압에 신음했다. 미국의 독립은 타국의 영토와 민족을 지배하던 낡은 제국주의를 근멸시키고 수만 리 밖의 피압박 민족을 해방시키는 모범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은 자유와 정의의 이름으로 세계 모든 국가와 국민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 한국 국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맞이하여 그간 미국의 도움에 감사함과 아울러 우리도 독립과 자유의 정신을 앙양(昻揚)해 갈 것을 확언 하는 바이다.

저는 이 메시지에서 이 나라가 어떻게 세워진 나라인지를 더없이 정직하게 고백하고 있는 초대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을 읽었습니다. 이를 두고 약소국이 강대국에 바치는 외교적인 비사(卑辭)라 치부하지 마십시오. 제가 보기에 그것은 독립과 자유에 대한 신종선서(信從宣誓)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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