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는 안 되는 일제시대의 진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일제강점기의 실상

[8]-4 군에 의한 여성의 성 약취(3)

[8] 그날 나는 왜 그렇게 말하였던가  [8]-4 군에 의한 여성의 성 약취(3)


기지촌의 여인들

기지촌의 여인들.

다음, 자유매춘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군과 영국군이 병사들의 성을 관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리콴유의 자서전에 의하면, 함락 이전의 싱가포르의 워털루 거리에는 케인 요새의 영국군을 유혹하는 매춘부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미국군이 어떠했는지는 좀 나이 든 한국인이면 누구나 잘 알기 때문에 설명하기가 쑥스러울 정도군요. 그들은 달러를 들고 기지 주변의 여인의 성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저는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미군부대가 위치한 경북 왜관이란 곳에서 중학교까지 다녔기 때문에 그 사정을 꽤 소상히 알고 있습니다. 미군부대가 들어선 것은 제가 초등학교 2학년인 1959년의 일입니다. 그때부터 무슨 영문인지 읍의 보건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서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위생검진의 행렬이었습니다. 여인들이 다녀간 보건소의 재래식 변소는 여인들이 쏟은 피로 온통 붉은 색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 저에게 그녀들은 이역에서 건너온 낯설고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그녀들에 대한 당시 한국정부의 공식 명칭은 ‘위안부’였습니다. 1959년 9월 보사부가 성병 보균 실태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접대부(接待婦)의 15.6%, 사창(私娼)의 11.7%, 위안부(慰安婦)의 4.5%, 댄서의 4.4%가 성병에 걸려 있었습니다. 네 부류 가운데 ‘위안부’는 미군의 위안부를 말합니다. 그런데 민간에서는 위안부라 하지 않고 보통 ‘양색시’ 또는 ‘양공주’라 했지요. 1962년 현재 등록된 2만 명 이상의 위안부가 6만 5,000명의 미군에게 성적 위안을 제공했습니다. 대부분 무학으로서 가난한 집안의 딸들이었습니다. 미성년자들도 없지 않았습니다. 기지촌의 바나 댄스홀이 그녀들의 영업장소였습니다. 기록을 보니 쇼트 타임 2달러와 롱 타임 5달러가 1962년 당시의 시세였습니다. 고정적인 성관계를 가지면서 월급을 받는 여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매춘시장을 경유한 한국여성이 1980년대까지 100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제 기억으론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녀들이 미군부대에서 꺼내 오는 소시지와 햄과 커피는 주로 부유층이 소비하는 사치재였습니다. 특히 미군부대가 위치한 곳에서 성장해서 그런지 저와 동향의 친구들에게 그녀들의 존재는 쉽게 지울 수 없는 갖가지 사연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지금도 노래방에 가기만 하면 ‘에레나가 된 순이’를 열창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1950년대에 나온 대중가요로서 양색시가 된 농촌 처녀의 슬픈 사연이 그 주제입니다. 요사이 젊은이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겠습니다만, 당시 상황을 한번 헤아려 보라고 가사를 소개하겠습니다.

그날 밤 극장 앞에서 그 역전 카바레에서
보았다는 그 소문이 들리는 순이
석유 불 등잔 밑에 밤을 새면서
실패 감던 순이가 다홍치마 순이가
이름조차 에레나로 달라진 순이 순이
오늘 밤도 파티에서 춤을 추더라
그 빛깔 드레스에다 그 보석 귀고리에다
목이 메어 항구에서 운다는 순이
시집갈 열아홉 살 꿈을 꾸면서
노래하던 순이가 피난 왔던 순이가
말소리도 이상하게 달라진 순이 순이
오늘밤도 파티에서 웃고 있더라

공식 호칭이 같다고 해서 미군의 위안부를 일본군의 위안부와 동일하게 간주할 수야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군의 위안부는 행동의 자유가 박탈된 성노예였습니다. 그에 비하자면 미군의 위안부는 자유로운 신분에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계약이었지요. 그 점은 확실히 그러합니다만, 그렇게 끝낼 일만도 아니라는 찜찜한 생각이 드는군요. 솔직히 말해 저는 일본군이나 미군이나 다 제 나름의 방식으로 여성의 성을 약취했다는 점에서는 서로 통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을 깡그리 부정한다면, 다시 말해 미국 위안부들의 비참했던 사정이 오로지 그녀들의 선택과 책임이라고만 치부한다면, 무언가 위선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어쨌든 저는 역사적으로 발생한 일본군 위안부라는 사건에 접근함에 있어서 인류의 긴 역사에서는 물론, 해방 후의 한국 현대사 속으로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는 군에 의한 여성의 성 약취와 그 다양한 형태라는 시각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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