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는 안 되는 일제시대의 진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일제강점기의 실상

[1]-4 역사교과서의 현대사 인식

[1] 빗나간 역사의식  [1]-4 역사교과서의 현대사 인식
예컨대 《한국근현대사》라는 현행 고등학교 교과서를 봅시다. 7종의 검인정 교과서가 대개 마찬가지입니다만, 가장 널리 채택되고 있는 금성사판 교과서를 예로 들지요. 이 교과서에서 한국 현대사가 시작되는 제4부 이하를 보면 맨 먼저 해방과 건국을 규정한 국제정세로서 다음의 세 가지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무기 없는 전쟁에서 무력충돌로”로서 곧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을 가리킵니다. 둘째는 1949년의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과 변화”입니다. 셋째는 ‘제3세계의 형성’으로서 1955년 반둥회의에서 성립한 제3세계의 비동맹을 말합니다. 첫째의 동서냉전은 그렇다 칩시다. 둘째의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과 셋째의 제3세계 비동맹은 무슨 이야기입니까. 그것들과 우리의 현대사와는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중국은 한국전쟁에 개입하여 한국과 군사적으로 대립했던 나라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제3세계의 반둥회의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제3세계는 한국을 위시한 신흥공업국가가 놀라운 경제성장을 거두자 사실상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역사적 사실이 그러할진대 어찌하여 중화인민공화국과 제3세계의 성립을 두고 대한민국의 건국을 규정한 세계사적 조건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의 성립이나 발전과 관련하여 1945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빼놓는다면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 점은 모두가 다 아는 상식과도 같은 것입니다. 한국이 해방된 것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인본제국주의를 해체했기 때문이 아닙니까. 1960년대 이후 한국이 고도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펼친 세계 자유무역체제라는 판 위에서였지요. 교과서는 당연히 구래의 제국주의체제를 대신하여 1945년 이후 세계자본주의를 주도한 미국 헤게모니체제와 그 성격을 한국 현대사의 전제조건으로서 서술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는 어찌하여 실패하거나 해체되고 만 중국 사회주의와 제3세계의 비동맹을 그렇게나 중시하고 있을까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교과서의 서술체계를 잡은 교육부의 검증위원들, 그리고 교과서의 집필에 참여한 역사가들이 실제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인식》의 영향하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마오쩌둥의 신민주주의혁명론이나 북한의 주체사상에 입각해서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식》을 두고 아직도 지배적인 힘으로 살아 있다 한 것입니다.

다소 극단적인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인식》과 그에 입각한 현행 역사교과서를 그냥 두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념적이고 후진적인 역사의식으로는 선진국 진입에 요청되는 정신문화 영역에서의 도약을 기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실은 작년 2월에 뜻을 같이 하는 동료 교수들과 함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책세상, 2006, 이하《재인식》으로 약칭)이란 두 권의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탈민족주의의 관점에서 해방전후사를 재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학술적으로 우수한 국내외의 논문 28편을 묶은 것입니다. 그러자 세간에서 적잖은 호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이라서 보통 사람들이 읽기엔 어렵다는 불평이 많이 들렸습니다. 좀 쉽게 해설해 줄 수 없느냐는 부탁도 있었지요. 제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저는 《재인식》에 실린 논문을 한두 편씩 언급하면서 그것들을 해설해 가는 기분으로 한 장씩 써내려 갈까 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이 《재인식》의 단순한 해설판은 아닙니다. 그 점을 명확히 해두고 싶군요. 생각하고 말을 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저이고, 제 생각을 펼치는 데 유력한 근거를 제시하는 차원에서 각 논문을 끌어와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굳이 이 말을 해두는 것은 각 논문을 쓴 사람의 원래 취지와 저의 생각이 어긋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활자화된 논문은 저자의 손을 떠난 공공재(公共財)로서 그것을 어떻게 소화하는가는 읽는 자의 몫이기도 하지요.

메인 콘텐츠
통계로 보는 일제시대 옛날사진 모음 친일파를 위한 변명 [목차](전문 게재) 대한민국 이야기 [목차](전문 게재) 동아일보 한국어로 번역된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대한제국의 황실재정 독도 바로 알기 화해를 위해서_박유하(일부발췌) 근대사 연표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