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는 안 되는 일제시대의 진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일제강점기의 실상

[1]-2 잘못 세워진 나라

[1] 빗나간 역사의식  [1]-2 잘못 세워진 나라
한국인들의 역사의식은 개인적이라기보다 집단적이며, 개방적이라기보다 폐쇄적이며, 실체적이라기보다 관념적이며, 실용적이라기보다 도덕적이며, 통합적이라기보다 갈등적입니다. 그러한 역사의식으로는 극과 극을 달렸던 20세기의 한국사를 총체적으로 조화롭게 이해하기 힘듭니다. 마찬가지로 극단의 시대였던 세계사를 이해할 수 없음은 물론이요, 좋든 싫든 한국사가 그 속에서 자리했던 위치를 올바로 잡아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잘못된 역사의식은 사회와 국가를 분열시키고, 이웃 나라와는 부질없는 역사전쟁만 야기할 뿐이지요. 그래서는 결국 정신문화와 국제협력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선진국 진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의 관념적이며 도덕적이며 갈등지향적인 역사의식에 대해 좀 더 설명하겠습니다. 예컨대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그리 잘 세워진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었던가요. 전국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제2건국위원회라는 것이 만들어진 적이 있지요. 1948년 8월의 제1건국에 무언가 심각한 하자가 있어 지금까지 문제가 많았는데, 지금부터라도 다시 건국하는 기분으로 잘 해보자라는 취지였다고 기억합니다. 건국사에 대한 도덕적인 비판은 현임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보다 강력한 어조로 표명되었습니다. 취임 직후인 2003년 3·1절의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의 근·현대사는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정의는 패배했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다”라고 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연설만이 아닙니다. 이러한 취지의 건국사 비판은 우리의 주변에서 대학 강단이나 대중 방송을 통해 너무나 흔하게 접하는 것이어서 조금도 이상할 정도가 아니지요.

무슨 뜻일까요. 비판의 앞뒤를 잘 들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제 하 식민지기에 민족의 해방을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들이 나라를 세우는 주체가 되지 못하고, 엉뚱하게 일제와 결탁하여 호의호식하던 친일세력이 미국과 결탁하여 나라를 세우는 통에 민족의 정기가 흐려졌다는 것이지요. 민족의 분단도 친일세력 때문이라는 겁니다. 해방이 되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친일세력이 미국에 붙어 민족의 분단을 부추겼다는 겁니다. 그런 반민족세력을 대표하는 정치가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이승만은 친일세력을 단죄하기 위해 열린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1949)의 활동을 강압적으로 중단시켰습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친일세력이 주체가 되어 나라를 세웠으니 그 나라가 잘 될 리가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60년간 정치가 혼란스럽고 사회와 경제가 부패한 것도 다 그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2건국’을 하거나 ‘과거사청산’을 하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건국사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이 그 주관적 선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역사의식을 선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서는 이른바 민족이 역사의 기초 단위로 설정되고 있지만, 그 민족이란 것이 우리가 생각해 왔던 것만큼 확실한 실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하에서 누차 강조하겠습니다만, 민족이란 20세기에 들어 구래의 조선인이 일제의 식민지 억압을 받으면서 발견한 상상의 정치적 공동체입니다. 민족은 20세기의 한국사를 조명하는 중요한 시각이긴 합니다만, 그것만이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보다 더 본질적이고 실체적인 역사의 단위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개별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본성은 자유이고 도덕적 이기심이고 협동능력입니다. 그러한 본성의 인간들이 상호 경쟁하면서 또 상호 협동하면서 건설해 가는 생산과 시장과 신회와 법치와 국가의 역사가 진정한 역사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문명사라고 자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문명사의 시각에서 지난 20세기를 보면 민족사에만 초점을 맞출 때와는 상이한 역사가 보입니다. 인간들의 삶을 규정한 여러 차원의 질서에서 적잖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음을 관찰하게 됩니다. 식민지기에 독립운동이 중요했음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습니다만, 그것만이 역사의 전부가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방 이후 국민국가를 건설할 주체로서 근대문명을 이해하고 실천할 능력의 인간군이 생겨나고 있었음도 식민지기에 있었던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사이지요. 민족이 분단되었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잘못 세워진 나라라는 주장은 관점을 돌려놓기만 하면 애당초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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