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는 안 되는 일제시대의 진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일제강점기의 실상

[1]-1 극단의 20세기

[1] 빗나간 역사의식  [1]-1 극단의 20세기
지난 20세기는 기나긴 인류역사에서 어느 세기보다 파란만장한 시대였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전쟁이 있었습니다. 그러고서도 세기말까지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죽거나 다치거나 학살되었습니다. 대규모 재난도 20세기의 특징이었습니다. 20세기 후반 아프리카대륙에서는 대규모 기근이 발생했습니다. 어떤 연구자는 20세기에 걸쳐 대략 1억 8천만의 사람들이 전쟁과 혁명과 학살과 기근으로 죽었다고 하는군요. 그렇게 20세기는 전대미문의 살인적인 세기였습니다.

20세기는 인류의 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인간이성의 위대한 실험이 행해진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전쟁을 전후하여 러시아와 중국에서 사회주의혁명이 성립하였습니다. 인류의 1/3이 사회주의체제에 포섭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혁명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사회주의는 인류의 사회·경제생활이 걸어온 정상적인 진화의 코스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을 계급적이며 공동체적인 존재로 규정한 사회주의자들의 인간 이해는 잘못이었습니다.

대조적으로 자본주의는 번영하였습니다. 20세기 전반만 해도 자본주의는 위기의 시대였습니다. 도무지 희망이 없어 보였지요. 그렇지만 20세기 후반 자본주의는 일찍이 누구도 상상한 적이 없는 거대한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1만 년 전 신석기 농업혁명이 있은 이래 최대의 변화가 지구적 범위해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과학과 기술의 놀라운 발전이 그 근본 원인이었습니다. 그 결과 지구상의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은 빈곤과 질병의 굴레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물질생활만이 아니지요. 대중교육의 보급, 대중민주주의의 확산, 여성의 해방 등 정신생활의 면에서도 20세기 후반의 세계는 위대한 성취를 목도했습니다. 한마디로 20세기는 극과 극이었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20세기를 가리켜 ‘극단의 시대’(The Age of Extremes)라고 하였는데요, 그 말이 참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홉스봄의 그 말을 들으면서 20세기 한국사만큼 극단적인 시대가 달리 어디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1910년 대한제국이 망했습니다. 한반도는 이웃나라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이후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일제가 패망하자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의 분할 점령체제로 바뀌었습니다. 두 강대국의 후견으로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는 서로 다른 정치체제의 국가가 세워졌습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수백만 명이 죽고 다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적인 전쟁이 벌어졌지요. 전쟁이 끝난 뒤 1950년대의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부터 ‘대질주’(big spurt)라 불릴 만한 고도경제성장의 한 세대가 전개되었습니다. 인간들의 물질생활이 비약적으로 충족해졌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경제에서 교역 규모 11위의 중강국(中强國)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경제만이 아니지요. 1980년대 후반부터는 정치의 면에서도 민주주의가 성립하였습니다. 정치, 사상, 언론, 결사의 자유가 지나치다고 느낄 만큼 넘칩니다. 그래도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 대한민국의 저력이라고 하겠습니다. 흔히들 2차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 140여 나라 가운데 대한민국만큼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만, 사실 그대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선진국 진입이 무성하게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습니다만,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의 반열에 든다는 것이지요. 그러한 정치적 구호를 들을 때마다 저는 무엇에 홀린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지난 20세기의 한국사가 너무나 극과 극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3세대 전에 세계정세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식민지로 떨어진 나라가 선진국이 되겠다고 하니 그런 일이 가능한 법인가. 역사에서 그런 비약은 있을 수 없는데, 우리가 무엇을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저 역시 선진국의 국민이 되고픈 소망이 간절합니다만, 그럴수록 “무언가가 빠져 있어”, “이대로는 곤란해”라는 일종의 불안과 두려움 같은 것을 느낍니다. 그 점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군요. 빠져 있는 그 무언가는 아마도 정신문화의 영역일 겁니다. 경제나 정치와 달리 정신문화의 진보는 그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백 년을 단위로 또는 몇백 년을 단위로 겨우 약간의 변화가 관찰되는 것이 정신문화라고 하지요. 그런 정신문화의 영역에서 지난 100년간 우리는 과연 세계적으로 선진적이라고 평가될 만한 변화를 이루어 냈던가. 저는 이 점에 회의적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정신문화의 기층을 이루는 역사의식과 관련하여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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